'립스틱 지수' 창안자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 별세: 불황 속 작은 사치의 경제학
에스티로더를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자 '립스틱 지수'를 창안한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했습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혁신적인 경영 철학, 그리고 그가 제시한 '립스틱 지수'가 경제학에 미친 영향을 자세히 되짚어봅니다.
레너드 로더: 에스티로더 제국을 건설한 비전가
레너드 로더는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Estée Lauder)**의 창업자 에스티 로더 여사의 장남입니다.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해군 장교로 복무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습니다. 1958년 가업에 합류하면서 그의 비범한 사업 수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회사에 합류할 당시 에스티로더는 연 매출 약 **80만 달러**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레너드 로더의 지휘 아래 회사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마케팅과 유통 채널 확장에 집중하며 에스티로더를 미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확장시켰습니다. 특히,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럭셔리'와 '꿈'을 파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레너드 로더는 에스티로더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MAC, 바비 브라운, 아베다** 등 혁신적인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그룹의 외연을 넓혔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에스티로더가 다양한 소비자층을 아우르는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그가 회장직에서 물러난 2009년 에스티로더의 연 매출은 **73억 달러**를 넘어섰으니, 그의 경영 성과는 실로 대단합니다.
비록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는 'Chief Teaching Officer'라는 비공식 직함을 가지고 후배 경영인들에게 깊이 있는 통찰과 지혜를 나누며 멘토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그의 영향력은 기업 내부를 넘어 미국 경제계 전반에 미쳤습니다.

에스티로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 (출처 : businesswire.com)
사업가를 넘어선 예술 애호가이자 자선사업가
레너드 로더는 단순히 뛰어난 사업가를 넘어, 저명한 **미술품 수집가**이자 통 큰 **자선사업가**로도 명성을 떨쳤습니다. 특히 그는 큐비즘(입체파) 미술의 열렬한 후원자이자 전문가였습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후안 그리스, 페르낭 레제 등 거장들의 큐비즘 작품 78점은 201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되었습니다. 이 기증 작품들의 가치는 무려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며,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미술품 외에도 방대한 **빈티지 엽서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20세기 초 미국 사회의 모습과 문화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문화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나눔의 철학은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불황 속 작은 사치: '립스틱 지수'의 탄생과 의미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레너드 로더가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당시 그는 에스티로더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다른 고가의 사치품 판매는 급감했지만, 립스틱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이 역설적인 현상에 주목하여 그는 이를 '립스틱 지수'라 명명했습니다.
립스틱 지수란 무엇인가?
이 지수는 **경제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고가의 내구재나 명품(자동차, 고가 의류, 해외여행 등) 구매를 줄이는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사치품'에 소비를 집중하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립스틱은 이러한 '작은 사치'의 대표적인 예시로, 어려운 시기에도 자신을 꾸미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치품으로 여겨집니다. 즉, "경제 불황일수록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다"는 역의 상관관계를 가정하는 독특한 경제 지표인 셈입니다.
립스틱 지수는 단순한 판매 통계를 넘어,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겪는 심리적 위안과 행복 추구 욕구를 반영합니다. 사람들은 큰 지출은 망설이지만, 소액으로도 얻을 수 있는 '작은 명품'을 통해 '나는 여전히 사치품을 살 수 있다'는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 합니다.

불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작은 사치'의 상징, 립스틱.
지수의 유효성과 현대적 해석
물론 립스틱 지수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이후의 불황 시기마다 다양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는 립스틱 판매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립스틱 대신 눈 화장품 판매가 증가하는 '아이 메이크업 지수'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외부 환경 요인이 립스틱 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은 사치'를 통한 소비 심리 분석이라는 큰 틀에서 립스틱 지수는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립스틱 판매량을 넘어,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자신을 위로하고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경제적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무리하며
레너드 로더 명예회장은 단순한 기업가를 넘어, 인간의 심리와 소비 행태를 꿰뚫어보는 비범한 통찰력으로 '립스틱 지수'라는 흥미로운 경제 이론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의 별세는 화장품 업계뿐 아니라 비즈니스, 예술, 경제학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한 시대의 거목을 잃은 슬픔입니다. 그의 위대한 유산과 통찰력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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